맥스웰 방정식

Mathematics 2009. 11. 7. 17:17

석 들 사이에 밀고 당기는 자기현상은 본래 전기와 아무 관계가 없었다. 허공을 가르며 철을 들어 올리는 자석이 겨울철에 찌릿찌릿 기분 나쁘게 만드는 정전기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나중에 이들 사이의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에도 빛이 끼어들 줄은 몰랐다. 우리 삶의 원천인 태양에서 나와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빛은 전기나 자기와 너무나도 달라 보였다.

맥스웰, 전기와 자기 그리고 빛의 삼각 관계를 밝혀내다

하지만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 이들의 삼각관계를 낱낱이 밝혀내었다.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에 의하면 전기와 자기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장의 출렁임, 즉 전자기파가 바로 우리가 ‘빛’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맥스웰 방정식에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물리학자들은 농담으로 만약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태초에 “빛이 있으라!”라는 말 대신에 이 맥스웰 방정식을 주문으로 외웠을 것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서로 다른 두 현상의 본질을 찾아 이들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꿈이다. 통일된 이론에서는 그 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예측할 수 있고, 이를 검증함으로써 그 이론은 탄탄한 반석 위에 서게 된다. 전기와 자기의 통합 및 전자기파의 예측은 이러한 꿈이 실현된 예이다. 이 때문에 맥스웰은 뉴턴 이후 아인슈타인 이전의 시기에서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맥스웰은 아인슈타인의 우상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연구실에 맥스웰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그의 업적을 칭송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맥스웰이 죽은 1879년에 아인슈타인이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이와 비슷한 우연이 하나 더 있는데 갈릴레이가 죽은 1642년에 뉴턴이 태어났다.


우아한 대칭성을 가진 위대한 맥스웰 방정식

이제 맥스웰 방정식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여기서는 이 방정식을 유도하거나 깊은 의미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려면 이런 글이 적어도 열 개는 필요할 것이고 그나마도 어려운 개념과 수식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기서는 ‘명화감상’의 방식을 빌어 소개하려고 한다. 전문가 수준에서 다 이해하진 못해도 피카소의 그림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맥스웰 방정식은 여러 형태로 쓸 수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첫인상. 이게 웬 암호냐면서 스크롤을 내리고 싶은 독자들이 많겠지만 물리학자들은 이 방정식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지극히 간단하고도 우아하며 심오한 대칭성과 수학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이 식은 필연적인 결과로서 빛, 즉 전자기파가 존재해야 하며 그 속도가 299,792,458m/s라는 것을 말해준다. 참고로 지난 2004년 물리학자 120명을 대상으로 한 어떤 설문조사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식으로 맥스웰 방정식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제 조금 자세히 방정식을 살펴보자. (다시 강조하지만 여기서 하는 설명은 ‘이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명화감상 수준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느낌을 가지는 정도면 충분하다.) 식에서 E는 전기장, B는 자기장을 나타낸다. 저번 글 ‘장의 의미’에서 전기장이 각 점마다 화살표가 하나씩 있는 것이라고 했었는데 E가 바로 그 화살표(이런 것을 벡터라고 한다)의 크기와 방향을 나타내는 수학 기호이다. ρ는 전하밀도, J는 전류밀도라고 부르는데 각각 공간에서 전하와 전류가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ε0와 μ0는 진공의 성질을 나타내는 상수로서 각각

이다. 역삼각형(∇)은 벡터 미분을 나타내는 수학 기호이다. 점(·)이나 가위표(ⅹ)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곱셈이 아니라 훨씬 복잡하다. (초중고생들은 좌절 금지. 대학 수학 시간에 배운다.) 대강 말하여 ∇∙E는 전기장 화살표가 바깥방향으로 향하는 경향, ∇×E 는 소용돌이를 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그리고 ∂E⁄∂t는 시간이 흘러갈 때 전기장 화살표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를 나타낸다. 방정식의 양변에 EB가 섞여서 나타나므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각 방정식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맥스웰 방정식 : 쿨롱의 법칙을 일반화 한 가우스 법칙

첫 번째 방정식은 가우스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쿨롱의 법칙을 일반화한 것이다. 이것을 말로 해석하면 ‘전기장 화살표가 바깥방향으로 향하는 정도는 전하밀도에 비례한다’는 것이 되겠다. 이것의 간단한 예가 저번 글 ‘장의 의미’에서 보여준 전기장 화살표 그림이다. 그림에서 양전하의 전기장 화살표는 모두 바깥 방향, 음전하의 경우는 모두 안쪽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맥스웰 방정식 : 자기 홀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 방정식은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잘 아는 ‘N극이나 S극 하나만 있는 자석(이것을 자기홀극이 라 부른다)은 없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전기의 경우에는 양전하 혹은 음전하만 따로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첫 번째 방정식의 우변이 0이 아니지만 자석의 경우에는 자기홀극이 없어서 우변이 0인 것이다. (자기홀극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있는데 나중에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맥스웰 방정식 : 전기를 만들어내는 패러데이의 법칙

세 번째 방정식은 패러데이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현대 과학문명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방정식이다. 왜냐면 바로 이 방정식에 의하여 인류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하면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화할 경우(∂B⁄∂t≠0) 우변이 0이 아니므로 좌변에 있는 전기장도 0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자석을 마구 흔들어서 자기장을 변화시키면 전기장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 도선에 전기가 흐르도록 할 수 있다. 발전소는 근본적으로 모두 이 원리를 이용하여 전기를 만든다. 무엇으로 자기장을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수력, 화력, 원자력 등등으로 발전소의 종류가 구분될 뿐.

네 번째 맥스웰 방정식 : 맥스웰이 수정한 앙페르의 법칙

네 번째 방정식에서 우변에 첫 번째 항만 있으면 앙페르의 법칙이 라고 부른다. 초등학교 때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는 자기장이 생겨서 나침반의 방향이 돌아간다는 것을 배우는데 그것을 일반적인 수식으로 쓴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되겠다. 네 번째 방정식의 마지막 항은 맥스웰이 덧붙인 것인데 당시 실험으로는 이 항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맥스웰은 순전히 이론적인 이유 때문에 이 항이 있어야 한다고 예측을 했고 그 예측이 옳았다. 이로써 모든 방정식이 완성되었다.

전자기파 중에서 특별히 1초에 400조 ~ 790조 번 진동하는 전자기파가 우리 눈에 들어오면 눈에 있는 시신경을 자극하고 시신경은 우리 뇌에 신호를 전달한다. 눈에 ‘빛’이 들어왔다고. 이로써 인류는 드디어 빛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빛은 특정한 진동을 가진 전자기 파동의 일부


1초에 400조 ~ 790조 번 진동하는 빛이 시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우리 뇌는 ‘색깔’이 다르다고 인식한다. 400조 번 정도 진동하는 빨간색부터 무지개색의 순서대로 색깔이 바뀌어 790조 번 정도 진동하면 보라색이 된다. 이로써 인류는 색깔의 정체도 알게 되었고 무지개 색의 신비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외의 전자기파는 아무리 눈에 들어와도 시신경이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 눈으로 못 본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1초에 3천억 ~ 400조 번 진동하는 전자기파는 빨간색 밖의 빛이라 하여 적외선이라 부른다. 사람 몸에서도 적외선이 나오는데 이를 이용하여 밤에도 볼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를 만든다. 이보다 더 적게 진동하는 전자기파는 흔히 전파, 전자파 등으로 부른다. 전자레인지, 휴대전화, TV나 라디오 등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은 이 영역의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M라디오는 초당 1억 번(100MHz) 정도, 휴대전화는 초당 8억 ~ 18억 번(0.8 ~ 1.8GHz) 정도 진동하는 전파를 이용한다.

보라색보다 빨리 진동하는 전자기파는 자외선이라 부른다. 피부에 좋지 않아 악명이 높은 빛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높은 주파수는 X선(병원에서 이용하는 그 X선이다!), 감마선 등으로 부르며 위험한 방사선으로 특별히 관리한다. 이렇게 전파에서 감마선까지 모든 전자기파는 주파수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가시광선과 같은 것이다. 다만 용도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부르고 있을 뿐이다.

맥스웰 방정식은 고전 물리학의 완성, 그 후 물리학에는 혁명이 일어난다

이로써 빛의 정체는 전자기파라는 파동임이 맥스웰 방정식으로 완전히 드러났다......라고 19세기 말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제 세상의 이치는 다 밝혀졌고 물리학에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새롭게 연구할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가 물리학을 하겠다고 지도교수를 찾아갔을 때 “물리에는 연구할 게 없으니 다른 것을 하라”며 말릴 정도였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물리학에는 사소한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빛은 파동임이 밝혀졌으므로 예전 글 ‘진동과 파동’에서 설명했듯이 매질이 있어야만 하고 그것을 실험으로 찾기만 하면 되었다. 그밖에 흑체복사라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곧 해결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 리고...... 아무도 모르게 물리학 혁명이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당대의 모든 지식인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이 혁명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고 꿋꿋이 물리학자가 된 플랑크에 의해 시작되었다. 19세기가 끝나는 1900년 12월. 플랑크 본인조차도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른 채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 혁명은 30년 동안 지속되었고 모든 것이 뒤집혔다.

김찬주 /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시립대와 고등과학원,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연구하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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